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정보의 선택적 수용
SNS에서 거짓 정보가 퍼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정보의 선택적 수용 때문이다. 인간은 정보를 받아들일 때, 전통적으로 정보의 정확성을 철저히 검토하는 대신,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의 한계와 인지적 편향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시간적, 에너지적 자원을 아끼기 위해 빠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는 인간의 직관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무의식적인 편리함 추구이다. 예를 들어, SNS에서 마주한 정보가 우리 기존의 믿음이나 편견과 일치할 때, 우리는 그 정보를 받아들이기 쉬운 경향이 있다. 이는 확증 편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강화해줄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본능적 성향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단지 자기 믿음에 부합하는 내용을 더 신뢰하는 오류를 범한다.
SNS는 바로 이 점을 잘 활용한다. 사용자들이 주로 팔로우하는 계정들은 이미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로부터 오는 정보는 이미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그 정보는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쉽게 수용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SNS에서 자주 보게 되는 내용이 신뢰성 있는 정보로 자동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SNS는 대개 빠르게 소비되는 플랫폼이다. 뉴스피드에서 올라오는 많은 정보들은 순간적인 클릭을 유도하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된다. 사용자가 정보를 읽고 나서 잠시 생각할 시간이 없으므로, 급히 떠오른 감정이나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그로 인해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에 대한 깊은 분석 없이 감정적인 반응을 우선시하게 되며, 이로 인해 거짓 정보가 쉽게 퍼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SNS 알고리즘의 영향과 필터 버블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이전에 클릭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을 바탕으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추천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과도하게 개인의 관심사와 맞는 정보를 강조하다 보니, ‘필터 버블현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필터 버블이란, 특정 정보만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사용자가 다른 의견이나 시각을 접할 기회가 차단되는 현상을 말한다.
SNS에서 거짓 정보가 퍼지는 이유는 이 필터 버블의 작용에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특정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자주 찾아보고, 그와 관련된 게시물에 많이 반응할수록, 알고리즘은 그와 유사한 정보만을 더 많이 추천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며, 그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믿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거짓 정보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경로를 제공한다.
SNS 알고리즘은 사실 사용자가 ‘좋아요’를 눌렀던 게시물이나 댓글을 기준으로 정보를 추천하는데, 이로 인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쉽다. 알고리즘은 단지 반응이 많고 자주 공유되는 게시물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그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는 사람들의 사고를 단순화시키고, 정보의 다각적인 시각을 상실하게 만들며, 결국 거짓 정보가 더욱 신뢰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알고리즘은 또한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정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분노나 공포를 유발하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거짓 정보 중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빠르게 퍼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정부가 숨기고 있는 사실”이나 “재앙이 곧 일어난다”는 식의 정보가 감정적으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더 많은 클릭과 공유를 이끌어내게 된다. 이런 정보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이를 지속적으로 추천하게 된다.
결국, SNS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점점 더 좁은 범위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이 정보가 반복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사용자들은 그 정보의 신뢰성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지 못한 채 거짓 정보를 믿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사회적 증거와 집단사고
SNS에서 거짓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증거와 집단사고 현상이다. 사회적 증거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믿음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적 원리다. SNS에서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거나 공유하는 것, 또는 ‘좋아요’를 누른 것이 바로 사회적 증거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어떤 게시물을 많이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를수록, 그 게시물은 자연스럽게 신뢰성을 가진 정보로 인식된다.
이 현상은 SNS에서 거짓 정보가 믿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SNS에 가짜 뉴스를 게시했을 때, 그 뉴스가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거나, 여러 사람이 동의하는 댓글을 남기면, 다른 사람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을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게시물이 널리 퍼지거나 사람들이 많이 반응할수록 그 정보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집단적 사고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독립적인 사고를 방해하며, 거짓 정보가 확산되는 원인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SNS에서 특정 집단이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그 안에서 공유되는 정보가 점차적으로 하나의 정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외부에서 그 정보의 사실 여부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불신을 받거나, 그 정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배척되기 쉽다. 결국, SNS에서 형성된 집단적 신념은 그 자체로 진리처럼 인식되고, 그 안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이단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SNS에서의 정보 공유는 폭풍을 일으키는 작은 파도처럼 거짓 정보를 급격하게 퍼뜨린다. 개개인이 공유하는 정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증거가 되고, 이는 점차 다른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과정에서 정보는 왜곡되거나 과장되며, 그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널리 퍼뜨리게 된다.
SNS에서 거짓 정보가 쉽게 퍼지는 이유는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정보 선택적 수용, SNS 알고리즘의 필터 버블, 그리고 사회적 증거와 집단사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심리적, 기술적 요인들에 의해 쉽게 잘못된 정보에 속고, 이를 사실로 믿게 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보다 신중한 정보 소비가 요구된다.